마지막으로 동물원이라는 곳을 갔을 때가 아마 미취학아동일때일거노
근래 계속 혼자 어디론가 나들이를 가고 싶었는데
오늘아침 갑자기 동물원이 가보고 싶어서 갔노
 
인파 몰리는거 딱 질색인데 오늘같이 비내리는 평일은 개돼지인파도 없고 몹시 한산했노.
그래서 동네 근린공원 산책하듯이 슬렁슬렁 걸어녔노

요새 넷플 동물다큐를 몇개 본터라 동물들의 실물을 꼭 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본 동물들은 다큐에서의 모습과는 아주많이 달랐노
내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존나 지루하고 따분했다.

난 액티브한 동물을 보고 싶었는데 최소 움직이기라도 하는 동물이 없더노
대다수가 자리에 죽은듯이 드러누워 잠만 자고 깨있어도 멍하니 허공을 흥시하고 있거나 조용히 밥만 처먹을 뿐이더노

난 동물원이라고 하면 나와 다른 생명체를 흥미롭게 관찰 할 수 있는 교육적이고 유익한곳일거라 기대했는데
여기 "생명"이란 없었노.

난 살아온 인생을 돌아봐도 결코 공감능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심리검사하면 공감영역은 아예 바닥으로나온다.
그럼에도 죽음, 우울, 무기력이 절절히 느껴지더노. 
 
꼭 무슨 동물꿘이 된 기분인데 동물꿘들이 왜 그렇게 울부짖는지 대충 이해는 가더노.
그러나 난 동물꿘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보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비하게 되더노

좁아터진 공간에서 매일 똑같은 루틴 자고 멍때리고 먹고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인 활동은 전혀 없는 냄새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자니
한남충이 떠올라서 열등하고 멸시감이 들기도 했으며
또한 가부장제 굴레속의 여성이 떠오르기도 했다.

동물원 내부에서는 동물들에게 양질의 영양분과 적절한 온도와 환경을 제공하고 아프면 치료도 해줄 것이노
그러나 자유란 없고 대상화된 존재일뿐이며 사생활이 상품화 되어 팔리노
그 동물들의 메디컬 컨디션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그걸 떠나서 걔들은 그냥 죽어가고 있었다.
살아도 사는게 아니노.

위 사진은 우울증 공익광고다. 흔한 좆국의 우울증 걸린 주부노.
21세기 한국에 사는 주부는 의식주에 문제가 없을것이고 아프면 의료보험혜택으로 치료 받을 수 있을 것이노.
근데 저렇게 시들어 죽어가노.
 
내가 유일하게 가까이서 본 저 치타인가 표범인가는 
유리벽에 바짝 붙어서 자고 있더노
쾅쾅치고 뭐라고 불러봐도 죽은듯이 자길래 포기하던 차에
어떤 갈배가 갈배 특유의 존나큰 기침소리를 내서 잠깐 눈을 뜨더노
 
난 여기가 박제장인지 동물원인지 혼돈이 올 지경이었노
그래서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름의 반응을 보고자 눈을 마주치고 노려봤노
맹수한테는 이게 큰 도발행위이기 때문에 시선을 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몇번 입벌리고 위협하더니 그냥 다시 고개를 푹 떨구고 자더노
 
얼마나 사적영역에 대한 침해가 일상적이길래
타존재가 10cm 앞에서 뚫어져라 노려보는데 잠을 처 잘수가 있을까 싶었다.
 
여자들의 사생활은 팔리고 관음 당하는데 이렇게 무감한것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노
인간이나 짐승이나 무감각해지는건 같나보다.

이런 세상이기에 여자들은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죽어가노
또는 잊기위해 기괴한 코르셋적 취미에 몰두하거나 자신의 자아를 위탁해버리노
이런 환경속에서는 자아를 보존시킬 수 없으니 그냥 타인에게 줘버리는 선택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