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으로 코르셋을 벗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이해가지 않았던 점이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남자가 섞인 그룹에 들어갔다고 쳤을때 잘생긴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의 관심을 받고싶어하는 점과 주변 여자들 외모와 사회성같은걸 서열 매겨서

내가 그 중에 어느정도에 들어가는지 보는 것.

 

마주치는 남자중에 괜찮게 생긴 남자는 전부 성적인 대상 후보로 봤던 것. 

조금이라도 예쁘게 생긴 여자가 있으면 경쟁상대로 보는 것.

 

의식적으로 이게 병신같은 짓인걸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던 거다. 그리고 외출했을때

외모가 괜찮은 남자들의 관심을 얼마나 받는지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런 방식의 사고는 진심으로 개인의 정신상태를 갉아먹고 들어간다. 끌리는 남자가 있는데

그 옆에 예쁜 여자가 있으면 그 여자와 나를 개인적으로 비교하는것.

 

진짜 자존감을 바닥치게 만드는 짓인데 어느날 생각해봤다 곰곰히. 왜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된걸까?

구글을 하다가 어떤 레즈비언 블로그에 발이 닿았다. 레즈비언이면서도 나랑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고 

그가 한 말에 의하면

 

사회가 여성들에게 주입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사고방식 중의 하나가:

 

여성의 가치는 오로지 남성의 시선을 통해서만 평가되어지며 남성이 줄 수 있는 관심은 한정적이므로

여성들은 그 한정적인 관심을 위해 서로를 적대시하고 싸워야하며 여성들에게 허용된 '자존감'은 

남성의 관음적인 시선에 의해서만 얻어질수 있다.

 

한마디로 여자가 다섯 명 있다 치자, 그 여자들은 모두 한정된 자원이라는 '자존감'을 서로를 쪼아가며

누가 더 남자한테 예쁘게 보이는지에 따라서 얻는다는 거노.

 

그런데 이 레즈비언이 하는 말이,

"나는 다른 여성들을 적대시하는게 나 자신을 파멸로 몰고가고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병신같은 남자 집단들이 나를 어떻게

재단하고 평가하며 나를 성적대상화하는지에 내 가치를 두게 된걸까?"

 

리서치에 의하면 어릴 때 아버지와의 관계가 엿같았던 경우일수록 여성들이 그 엿같은 아버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남자에게 끌리거나 혹은 그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인정을 받기 위해 남성에게서의 인정을

갈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나르시스트의 경우에는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인정과 동정을 바란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남성이 자신을 인정해줄때만 그 남성의 시선을 통해서, 인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가치를 느낀다는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런 엿같은 사고방식을 고칠수 있을까에 대한 답변으로 이 레즈비언은

오로지 남성의 시선으로만 자기 자신을 재단한다는게 얼마나 병신같은지를 깨닫는것만으로도 답이 된다고 하더라.

 

웜련들이 이미 이 주제에 대해서 수많은 글을 써왔고 이 글이 단지 반복적인 뻘글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남성들의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을 혐오하면서도 계속 내 자신이 혐오하는 짓을 나에게 해왔었다.

 

남성들의 인정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중독되었다거나 여전히 여성들을 서열화, 적대시하는 련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나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은연중에 지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중의 하나가

앞과 같은 사고방식을 통해서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절대적인 가치가 오로지 다수의 남성의 시선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 그러니까 남성에게 의지할수밖에

없게 되는거고, 파티에 가서도 매력적인 이성이 네게 말을 걸지 않는다면 네 가치는 떨어진다고 생각하는거다.

 

상담사가 겪은 일화중의 하나를 예로 들자면, 아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갓치들 평가하는게 아니라 상담사가

쓴 그대로를 번역한거다) 31세의 여성이 울면서 상담실로 찾아와서 하는말이

그가 정말 매력이 없고 끔찍하게 생긴것이 분명하다는거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그저께 친구와 바에

갔는데 잘생긴 남성이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는거다.

 

본 적 있을거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아무 문제 없어보이는 여성이 자기는 왜 매력이 없을까, 혹은 아무런 문제 없는

몸매라든지 얼굴을 비하하는것. 이게 다 '남성의 시선' '남성의 인정'을 통해서만 자기 정체성을 찾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이런 식으로 완성된 여성 자신의 '이미지'는 굉장히 불안정한 것이라서

하루라도 남성의 시선을 받지 못한다거나 사회적으로 남성의 인정을 일정 기간동안 느끼지 못하면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건 '네 특별한' 인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네 자신'이라는 것. 햄버거에 침 질질 흘리는 개의 시선으로

네 인생 자체를 평가한다는게, 네 정체성을 평가한다는게 그저 네 자신을 고기 등급 매기는것과 같다는 걸 깨닫고

-우리는 정육점 고기가 아니라 인간이잖노?-

 

오로지 내 자신만 내 정체성을 규정할수 있다는걸, 내 가치는 오로지 내게서만 나온다는걸 깨닫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남성- 햄버거앞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개- 에게, 특히 너를 잘 알지도 못하는 stranger에게 네가 얼마나

많은 권력을 부여하고있는지 알아가는 것. 개인적으로 내가 가고싶은 목표는 마주치는 남성이 얼마나 성적으로

매력적이든 그냥 나와 전혀 관계없는 생물로 규정하고 그 남성이 나를 보는 시선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거다.

 

말 그대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생물'로 취급하는 것. 거기서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긴 뻘글 읽어줘서 고맙다.

 

p.s. 

 

제일 쓰고싶었던 말 중의 하나가 기억이 안 나서 생략했는데 떠올라서 써본다.

여기서 한정된 남성의 관심만이 여성에게 자존감을 줄수 있다는 시각이 병신같은 이유를 풀어볼게.

 

1) 남성이 여성을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볼때 남성이 보는 것들:

저 여자 나랑 자줄까?

여자 벗은 몸에 대한 상상

자기가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

저 여자를 데리고 나가면 다른 남자들이 자기를 얼마나 우러러볼까에 대한 상상

저 여자에게 접근하다가 차일까 말까의 여부

 

2)여기서 남성이 여성을 재단하는 기준.

몸매

얼굴

성적대상화

병신같은 남성 개인의 병신같은 기준.

 

결론적으로 진짜 어이없는게 뭐냐 하면

수많은 여성들이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들, 자신의 성격, 자신의 인간관계, 자신 내면의 아름다움,

자신의 꿈, 자신의 특별함. 

 

이런 모든 것들을 옆에 쓸어두고 어쩌닥 길가다가 마주친 본인 기준에 좀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하는,

부랑자일지도 모르고 사회의 최하층일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다 해도 여성의 본인에 대해서 단지 육체적인, 겉으로

드러나는것 말고는 1도 모르는 병신의 시선에, 그 병신이 여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자신의 모든 가치를 걸고 그 관심을 갈구한다는거다.

이런 심리를 알아차리는 남성들은 여성을 이용하고 성적으로 착취하며 그걸 자랑하고 다닌다.

 

그리고 남성이 여성에게 보내는 이 '욕망적인 시선'은 갓치들이 맛있는 햄버거를 보고 아 완전 맛있겠다 하면서

침을 흘리는것과 1도 다를 바가 없다. 맛있는걸 보고 개가 침을 흘리는 걸 보고 자기의 가치에 대한 확신을 얻는다는 거.

잘 생각해보면 참 말도 안되는 짓인데 지금까지 남성들이 여성들을 그렇게 은연중에 지배해왔다는 거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개가 햄버거를 보고 침을 흘리느냐 마느냐'에 대한 반응으로 평가해왔다는게 당황스럽지 않노?

그 특별하고 소중한 본인의 인생과 정체성을 말이노.

 

한정적인 시선? 웃기고 있다. 그냥 맛있는거 보고 침 줄줄 흘리는게 한정적인 관심이라니, 참 엿같은 프레이밍이 아닐

수 없는게 이걸 가지고 멀쩡한 인생을 사는 여자들을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들면서

 

'대체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

'왜 난 항상 attention whore일까?'

'수치스럽다. 내가 이렇게 남성들의 시선을 원하며 다른 여성들을 진흙탕으로 끌어내리고싶어하는걸

남들은 알까? 나도 이런 내가 싫다'

 

이렇게 자존감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거.

진짜 악마같고 여성들의 인생의 가치를 밑바닥까지 떨어뜨리는 사고방식이다.

 

추가로 하나만 더 사족 달게. 나이가 먹는걸 두려워하는 여성들이나 남자친구가 없으면 안되는 여성들,

자기에게 성적으로 매력적인 남성들이 한명이라도 자기에게 어필하지 않으면 마음 어딘가가 불편한 여성들.

이런 감정/행동에 대한 이유도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남성들이 자신들에게 보내는

관심과 시선에서만 찾고있기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이걸 반대로 말하자면 젊고 남성들에게 매력적일때의 모습인 자신이 아니라면 '살 수 없을지도 몰라'라는 불안감이

여기서 나온다는건데, 그저 '껍데기뿐일' 여성이고싶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남성들의

관심 없이는 불안하고 들지 않기 때문에 이 끔찍한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계속 불안감을 느끼는거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오로지 '남성에게 관심을 받고 남성이 특별하다고 해주는 바비인형같은 존재'로만 규정되기때문에

그렇게 외모에 집착하는건데 아무리 사회적으로 아름답다고 평가되는 여성이라도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는 절대

행복한 여생을 살 수 없다. 그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아름답고 젊다고 평가되는 여성들이 끊임 없이 나올 것이고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은 아무리 객관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단 한명, 그가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 그에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즉시 그 여성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너져버린다. 

 

한마디로 여성이 절대로 승리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소리다. 

 

뻘로 쓴 글인데 많은 갓치들이 읽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런 마인드셋을 어떻게 고칠수 있을까? 라고 질문한

갓치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1) 조금이라도 매력적인 이성이 눈에 띄고 관심이 저절로 그 이성의 인정, 관심, 눈길을 받는데만 쏠릴 때면

나 자신한테 이렇게 말해준다. 고기, 침 질질 흘리는 개. 그게 연상되면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짓이 단지 개가

나를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리기를 원하면서 내 자신을 창밖으로 밀어 던지는 짓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여기서 한가지.

이성의 관심을 얻고싶어하는게 모두 건강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거. 기본적으로 이성에게 끌리는 욕구는 모든

인간에게 있지만 여기서 이 욕구가 건강하지 않아질 때는 네가 거기에 집착하기 시작할 때다.

 

조금이라도 그 이성의 관심을 원하는 네게 수치심을 느끼거나 그 이성의 관심을 건강하게 원하기 보다는

'저 남자가 내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니, 난 이정도밖에 안돼?'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때

그게 위험한거다.

 

난 개인적으로 이 경계를 칼같이 끊어버리는게 어려워서 그냥 조금이라도 그 이성에게 끌리고 작업걸고 싶고

그 관심을 갈망한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내가 원하는게 개의 식욕이라는 사실을 상기하곤 한다. 나 자신을 내던지는

그 느낌이 너무 싫기 때문이기도 하고.

 

2) 세상을 살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갓치들, 여성들을 내가 만날 때마다 조금이라도 그의

외모를 평가하게 될 기미가 보이면 나한테 이렇게 말해준다. 사람을 고깃덩어리처럼 재단하지 말라고.

 

그를 재단하든 내 외모에 신경을 쓰면서 괜히 집착하게 되든 그건 나를, 그를 고깃덩어리처럼 잘라서 재는 행위다.

그걸 깨닫고 나자 외모를 평가한다는게, 하나하나 잰다는게 얼마나 수준 낮은 행위인지가 인식 되더라 개인적으로.

 

아주 약간이라도 외모를 품평하는것같은 기분이 들면 내 손목을 꼬집으면서 말해준다. 그는 사람이지 고깃덩어리가

아니라고. 이렇게 생각하고나서부터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좀더 진솔해지는 기분이 들더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족이지만 다른 여성을 경쟁자로 보고 뼛속부터 외모로 평가하는 자세는 어느정도 본능적인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자연계는 수컷끼리 서로 경쟁을 해서 암컷에게 구애하는게 정도잖아? 왜 하필

인간들만 그렇게 치열하게 암컷을 경쟁시키고 싸움 시키는걸까 공부를 더 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 갔었다.

 

지금은 21세기이고 번식을 하는것이 인간의 유일한 삶의 이유가 아니잖노? 갓치들의 목표는 더 사람답게 더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단지 우월한 수컷을 거느리고 번식을 하는게 유일한 삶의 이유가 아니라면 왜 수많은 갓치들의 삶이

그런 명목 하에 짓밟혀야 하노?

 

우월한 수컷과의 짝짓기와 번식, 언뜻 보면 이게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줄것 같지만 이건 인생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런 조그만 부분 때문에 훨씬 더 다채롭고 행복할 수 있는 갓치들과의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자존감을 죽여가며

코르셋을 쓰고 사는거, 행복할 리가 없지 않노. 난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적이 없었다.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다. 더이상 원시시대처럼 번식과 짝짓기를 위해서만 사는 그런 인생을 원하지 않는 우리는 

결코 서로를 물어 뜯을 필요가 없다. 재미있는 심리 중의 하나는 저런 경쟁의식을 항상 마음에 두면서 다른 여성들도 그렇게

속으로는 서로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우리는 대체 뭘 위해서 경쟁하는거노?

 

설령 그 경쟁에서 이겼다 한들, 좀 성적으로 매력적인 수컷이 나를 선택했다. 이 정도의 왕관을 쓰기 위해 그렇게 피터지게

나 자신과 다른 여성들을 고깃덩어리 취급한다는게, 득보다 실이 많지 않겠노? 그리고 그 수컷을 선택한 기준이라도 해봤자

갓치 입장에서도 그냥 성적으로 매력적이기때문에 선택한게 아니겠노?

 

단지 외모 때문에 그 남성이 갓치를 골랐다면, 그리고 갓치도 단지 외모와 성적 매력때문에 그 수컷을 골랐다면

그 어디에 특별함이 있고 의미가 있노? 그냥 동물적일 본능일 뿐이라는건데

 

갓치들 하나하나의 인생은 소중하고 특별하다. 사회에서 갓치들에게 주입시키는 말도 안되는 자존감과 경쟁에 대한 인식들과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이성에게 끌리는 성적인 끌림을 잘못 혼동해서 자유롭고 편하게 살수 있는 인생, 갓치 자신들을

고깃덩어리정도로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대피소펌] 봊띵문인데 카페폐쇄된다해서 가져왔노